에밀 시오랑: 절망의 연금술사가 건네는 독설의 위로
Lecture 9

실패의 찬가: 낙오자가 누리는 자유

에밀 시오랑: 절망의 연금술사가 건네는 독설의 위로

Transcript

성공한 사람이 오히려 가장 부자유한 존재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칸트는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시오랑은 그 '자격'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을 옭아매는 족쇄라고 봤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의 궤도에 올라탄 순간, 당신은 이미 자신의 내면을 저당 잡힌 것입니다. 낙오자만이 그 저당에서 벗어납니다. 이것이 시오랑의 가장 도발적인 역설입니다. 지난 강의에서는 시오랑의 철학이 개인의 내면적 자유를 어떻게 강조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사회적 성공과 실패가 개인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합니다. 성공과 실패는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족쇄일 수 있습니다. 시오랑은 묻습니다. 사회적 성공을 위해 치른 대가가 개인의 자유를 잃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사회적 성공은 종종 개인의 자유를 제한합니다. 시오랑은 그 '이성적 자유인'의 모델이 결국 사회가 승인한 성공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남의 노고에 의존해 부자유해진다는 말도 있지만, 시오랑에게 그 '의존'의 반대편, 즉 자기 충족적 성공 역시 또 다른 감옥입니다. 불교 법구경은 녹슨 쇠가 스스로를 파괴한다고 비유합니다. 실패는 그 녹처럼 자아를 삭힙니다. 그러나 시오랑은 그 삭힘 이후에 재생의 자유가 온다고 봤습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파멸이 오듯, 성공에 집착하는 자는 실패를 용서하지 못해 스스로를 파멸시킵니다. 고독의 아픔을 체험해야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의식할 수 있고, 고독은 삶을 깊게 합니다. 낙오자는 바로 그 고독 속에서 사회적 압박이 닿지 않는 내면의 자유를 누립니다. 이정민, 핵심은 이것입니다. 자유는 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부를 정리하고 질서를 세우는 데서 출발합니다. 실패와 넘어짐 이후 다시 일어나는 것, 그것이 낙오자의 자유를 상징합니다. 자기를 부인할 때 참된 자유를 얻고, 문제 뒤에는 축복이 옵니다. 시오랑은 성공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성공이라는 서사에서 내려올 때, 비로소 당신이 진짜 누구인지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